1. 2월초 이사, 한국 정착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결국은 폭발해버린 어느날. 울고 있는 내게 현진이가 다가와 왜 우는지 물었다. 이사일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대답하자, 현진이가 날 안아주면서, "You have packed a lot of boxes already, so why don't you wait for dad to come in a few days, and then he will be able to help you."라고 너무나 어른스럽게 말해준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엄마를 위로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 있었던 것인지...
2. 위의 일이 있고 난 바로 다음날. 퇴근을 하고 학교에서 현진이를 픽업해서 데려오는 차 안에서 느닷없이 한 말. "You know what, mommy? You may feel that there are too many things to take care of here because you're the only grown-up. But, daddy may feel the same in Korea, because he is also alone there, and he has to take care of a lot of things himself." 아빠랑 떨어져살아서 아빠한테 더 애틋한 녀석이 자신이 그 전날 한 말을 생각해보니, 자기 아빠한테 미안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그 말도 맞는 말이라서,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굳이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싶지 않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남편이 알아주기 만을 바라고 있었던 지라, 아들 녀석의 말을 듣고 뜨끔했던 날이었다.
3. Kate DiCamillo의 'Because of Winn-Dixie'라는 책을 같이 읽고 나서 나눈 대화.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누구나 각자의 슬픔,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다들 잘 살아간다'는 주제에 대해서 현진이가 얼마나 이해를 했을까 궁금해서, "Opal은 엄마가 떠나버렸기 때문에 자기만 슬픈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뭔가 슬픈 일들이 있었네. 현진이도 뭐 슬픈 일이 있어?"라고 물었다. 물으면서 아빠랑 떨어져지낸 거, 뭐 이런 걸 말하면 좀 많이 미안해질 것 같았는데, 다행히(!) 그 말은 하지 않고, "After I move to Korea, I'll miss my friends, especially Anderson."이라고 대답하더라. 현진이가 떠난다고 반 친구들이 써준 편지에서, Anderson도 'You are my best friend"라고 써있는 걸 보고 미안한 마음이 좀 더 커졌다. (그런데 한국에 온지 3주 정도 된 지금까지, 그 친구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은 아직 없다. 설마 엄마가 안타까워 할까봐 보고 싶은 마음도 표시하지 않는 사려깊음, 뭐, 그런 건 아니겠지? ^^)
4. 이건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 한국에 들어와서 당장 아이를 봐줄 사람은 없는데, 새 직장의 오리엔테이션에 가야 했던 날, 현진이는 결국 아빠를 따라 출근(?)했다. 아빠가 회의에 들어간 동안, 대학원 누나들과 같이 있었다는데, 그 때 한 누나가 미국이 좋냐, 한국이 좋냐 물었다고 한다. 그러니 현진이가 한국이 더 좋다고 대답을 해서, 그 누나가 다시, 그래도 미국 친구들이 그립고 그렇지는 않냐고 물으니, 사실 그건 맞고, 그래서 '아빠가 미국으로 올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은 한국에서는 가족이 모두 같이 살 수 있으니, 한국에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그런데, 한국에서도 아빠랑 저녁 같이 먹는 건 참, 힘들다 ㅠㅠ)
5. 오늘 아침에 같이 밥을 먹으면서 갑자기 현진이 반에 현진이처럼 왼손잡이가 또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너희 반에 너 말고 또 왼손으로 밥 먹는 아이 있어?"라고 물으니 여자 친구 한 명이 더 있댄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냥 자기가 친구들을 보고 관찰을 한건지 선생님께서 물어보신 적이 있는지 다시 물으니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단다. 그래서 '왼손'이 'left hand'인 걸 알고 손을 들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사실 그걸 알고 있을거라고 기대를 못했기에 어떻게 알았냐고 잘 했다고 해주니 현진이의 대답이 명품이다. "No, I didn't know '왼손' is a left hand. Do you know how I knew that, then? Teachers do not usually ask who are righties, because there are way more righties than lefties. That's why." 귀엽기도 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깝기도 해서 칭찬 많이 해줬다. 그래도 어쩐지 한국어가 조금 부족해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던 것도 부정할 순 없다. 잊지 말자, 걱정은 나지, 현진이가 아니다.


최근 덧글